<3>고전물리학의 우주론

- 결정론적 인과론 전제로 사물본질 분석-
- 양자역학 탄생으로 기계론적 사고 붕괴-

현대 물리학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흑백(黑白)이 분명한 아랍인의 논리가 서양인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랍에 이런 얘기가 있다.

바그다드의 한 노예가 주인의 심부름으로 시내에 물건을 사러 가는 길에 죽음의 신을 만났다. 너무 놀란 나머지 노예는 심부름을 팽개치고 주인에게로 되돌아와 까닭을 말하였다. 노예의 말을 들은 주인은 크게 노했다. “신이 약속을 어기다니! 내 노예를 적어도 바그다드에서는 잡아가지 않기로 했는데 바그다드에서 너를 잡아가려고 하다니! 너는 지금 바로 사가랴로 떠나거라. 오늘 저녁 해질 무렵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꺼야.” 말을 끝내고서 주인은 즉시 천상으로 올라가 죽음의 신을 만났다. 주인이 따지자 이번엔 신이 크게 외쳤다. “무슨 소리야 놀란 건 내 쪽이야. 나는 오늘 해가 지면 그를 사가랴에서 잡기로 되어 있었는데 낮에 바그다드에서 만났으니 얼마나 놀랐겠어.”
삼라만상 모두가 결정론적 인과론에 따라 이미 결정되었다는 생각이 인도의 서쪽지방 사람들의 머리를 사로잡고 있었다. 칼빈(John Calvin)은 신의 구원마저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그리고 고전물리학이 이 결정론적 인과율은 뒷바침해 주었다. 과거 5천년동안 별들의 운행을 관찰하고 물체의 운동을 관찰한 끝에 뉴턴에 의해 정리된 고전역학의 법칙은 아랍인식의 단순논리에 꼭 들어 맞았다.

물리학자들은 지난 19세기말까지 모든 자연현상이 뉴턴의 고전역학적 법칙을 따라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았다.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고전역학이 자연현상을 너무나 잘 설명하였기에 라플라스(Laplacie)같은 학자는 우주에 있는 모든 입자들의 속도와 위치를 어느 순간 알기만 하면 우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알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말에 의심을 품는 학자는 없었다.

고전역학은 절대 시공간(絶對 視空間)의 존재를 전제로한다. 절대시공간이란 물질이 있건 없건 텅빈 시공간이 펼쳐져 있는 것을 뜻한다. 누가 측정해도 물체의 길이는 꼭 같고 시간의 길이도 꼭 같다. 이 시공간에 객관적 실체인 물질이 있어 인상적 경험세계에서 보는 물체와 별들을 이루는 것이다. 객관적 실체란 누가보든 또는 보지 않든 거기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뜻인데 현대물리학 이나 반야심경의 내용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바로 이점이다. 이렇게 객관적 실체를 인정하고 모든 물체는 뉴턴의 역학적 법칙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는 것이 고전역학이 갖는 물질·우주관이다. 운동방정식의 답은 수학적으로 구할 수 있고 측정할 필요가 있는 것은 어느 순간에 물체가 갖는 속도와 위치인데 속도와 위치는 원리적으로 한없이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으니 물체의 운동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의 변화에 관하여 모를 것이 없었다. 즉 우주는 거대하고 정교한 기계에 불과하였다.

고전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실체와 허상, 유(有)와 무(無)등 이원론적이고 대립되는 개념들을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므로 실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허상에 불과하다거나 무에서 유가 나온다는 식의 발상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고전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선(善)과 악(惡) 신과 악마 물질과 정신은 모두 선 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기에 모든 것을 물질로 설명하려는 유물론의 등장도 필연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명이 탄생하기 이전 태초의 성운(星雲)속에 이미 섹스피어(William Shakespere)의 문학이 들어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실 모든 것이 기계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면 그래야 옳을 것이다.

한치의 빈틈도 없어 보이던 이 기계론적 우주관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였다. 빛의 속도는 누가 관측해도 일정하다는 사실이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의 상대성 이론을 낳게 하였고 입자-파동의 이중성(二重性)을 관찰하므로써 과학에 혁명을 가져오는 양자역학(量子力學)이 탄생하게 된다.
양자역학을 통해서야 비로서 반야심경을 물리학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199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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