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오온개공

- 불교의 ‘공’ 이란 모든 창조의 근원-
- 현대과학도‘진공’복잡구조 밝혀내 -

물리학자들이 자연현상에서 이중성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사람이 분별지로 반야심경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오직 반야지를 터득한 사람들만이 직관으로 그 무엇을 꿰뚫어 보고 반야심경이 말하는 공(空)을 이해하고 불조(佛祖)의 가르침을 받들고 따를 뿐 대부분의 불교도들에게 부처님은 단순한 경배의 대상에 불과하였다. 이것은 분별지에 관한한 세계 제일의 지혜자로 칭송받던 사리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리불에게 관자재보살은 오온개공을 풀어서 차근차근 “색불이공…”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풀어서 설하기 전에 반야심경은 먼저 오온개공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공(空)을 볼 수 있는 반야의 경지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현대물리학은 나름대로의 관찰을 통해서 경전이 말한 내용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와있다. 이해의 첫걸음이 바로 입자-파동의 이중성에 대한 물리학적 해석이다.

오관으로 사물을 볼 때 존재하는 것은 물질뿐이다. 그런데 이 물질들이 거기 그렇게 존재하는 것은 사람이 거기서 그렇게 창조해서 보기 때문이라고 현대 물리학은 설명한다. 창조라는 말대신 그 무엇을 현재 사람이 보고 있는대로 변형시켜서 본다고 일반적으로 설명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창조라는 말이 더 적합한 말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여기에 무엇이 있다고 오관으로 파악하기 전에는 무엇이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리학자들이 원자의 구조를 설명할 때 원자는 대부분 텅텅비어 있고 작은 원자핵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실제로 전자가 어떤 일정한궤도를 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전자가 구름처럼 원자핵 주의에 퍼져 있다고도 설명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퍼져 있는 것도 아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측정해서 볼 때까지 실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다. 오직 갖가지 가능성만이 있는 것이다. 측정하면 어디에선가 전자를 볼 수 있지만 측정하기 전에도 사람이 몰라서 그렇지 어딘가에 있을 것아니냐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틀린 생각이다. 존재할 확률만 있고 어디에도 있지 않은데 사람이 어딘가에서 전자를 창조해서 본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이다.

존재할 확률만 있는 가운데서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공(空)이라는 말이 존재의 본질 또는 실상을 나타내는 가장 적합한 말인데,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을 공이라 불렀기에 이것은 그냥 비어 있는 것이라고 하면 진실이 아니다. 실체라고 할 수도 없지만 갖가지를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이 공(空)이다. 이러한 공은 물리적 방법으로는 찾아낼 수도 없고 묘사할 수도 없다. 오직 가능한 여러가지 상태의 합(合)으로만 그려낼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보는 것만을 물리학에서는 물리적 실체라고 부르는데 이 물리적 실체는 실상 우리가 창조해낸 것이고 그 너머에서 무엇인가 진실을 찾으려고 해봐야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현대물리학에서는 상보성 원리(相褓性 原理)라고 부른다. 이 상보성 원리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자세한 설명을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공(空)의 또다른 물리적 측면에 관해서 설명하겠다.

일정한 공간(空間)에서 물질을 모두 제거하면 글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상태가 되는데 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를 물리학자들은 진공(眞空)이라고 부른다. 1930년까지는 모든 물리학자들이 진공은 그냥 비어 있기만 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1930년 쯤에 영국의 디락(Dirae)이라는 물리학자가 이 진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는 주장과 더불어 이 진공에 구멍을 뚫을 수 있고 진공에 뚫어진 구멍이 입자와 똑같은 행동을 한다는 이론을 세웠다. 진공에 뚫어진 구멍을 반입자(反粒子)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이 반입자를 1932년에 발견하였고 오늘날에는 진공이야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든 물리학자들이 믿고 있다.

물리학이 밝힌 것만으로도 진리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말이 있다면 오온개공밖에 없을 것이다.

199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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