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색불이공 공불이색

- ‘입자-반입자 생성소멸’은 색즉시공 세계 -
- ‘빈상자안엔 결합된 입자반입자 꽉 차있어 -

반야심경은 오온개공을 설한 후 바로 오온개공의 의미를 하나씩 풀어서 설명하는데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짧은 경전이어서 말을 아껴씀이 분명한데도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렇게 같은 뜻의 말을 네번 반복한다. 단순히 강조하기 위해서라면 오온개공 다음 색즉시공이라고 한마디만 덧붙여도 충분할텐데 같은 뜻처럼 들리는 말을 네번 반복한다. 그것도 비록 분별지이긴 하나 지혜제일이라고 불리우는 사리불에게 네번씩이나 같은 뜻의 말을 하고 있다. 이말외에 다른 말은 경전어디에도 반복되는 말이 없다. 색불이공과 공불이색, 색즉시공과 공즉시색은 분명히 다른 뜻이거나 꼭 그렇게 네번 반복할 필요가 있어서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실 물리학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렇게 구분해서 쓸 필요가 있다.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되므로 물즉 얼음이요 얼음즉 물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만일 물이 얼음이 되긴 하지만 얼음이 물이 되는 일이 결코 없다면 물즉 얼음이요 얼음즉 물이라고는 못할 것이다. 이 때는 고작해야 빙불이수(氷不異水) 즉 얼음은 물과 다르지않다는 말을 쓰거나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여 빙출어수(氷出於水)라고 하여 얼음은 물에서 나왔다고 말을 해야할 것이다.

반야심경은 색불이공 공불이색이라고 설한다. 물질은 공에서 나왔으므로 물질은 공과 다르지 않으며 다시 물질은 공으로 돌아갈 수 있으므로 공은 물질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경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단언한다. 공에서 물질이 나오고 물질이 공으로 돌아가는 변화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물질이 그대로 공한 것이요 공한 것이 그대로 물질세계를 이룬다는 뜻이다. 실로 엄청난 선언이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대로의 뜻을 네 마디의 말이 갖는다면 경전은 꼭 그렇게 네 마디의 비슷한 말을 써야할 것이다. 이제 공의 의미를 축소시켜 물리적 진공(眞空) 상태만 생각하고 색과 공의 작용을 살펴보기로하자. 즉 색불이공 공불이색 이 두마디의 뜻만 살펴보기로 한다. 작용없이 그대로 색이 공이요 공이 색이다라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훨씬 긴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리학자들은 1932년에 반입자(反粒子)를 발견하였다. 물질의 기본을 이루는 입자를 소립자(素粒子)라고 부르는데 여러 종류의 소립자가 있다. 또 모든 종류의 소립자마다 정확히 대응되는 반입자가 있다. 반입자의 물리적 성질은 입자와 정확히 반대가 된다. 예를 들면 전자의 전기량(電氣量)을 “-1”이라고 한다면 반입자인 양전자(陽電子)의 전기량은 “+1”이다. 그리고 전자와 양전자의 질량은 꼭 같다. 물리적 진공을 일반 사람들에게 설명하려고 여러가지 비유를 들지만 여기서는 그대로 현대물리학적 설명만 하겠다. 물리적 진공이란 입자와 반입자가 결합하여 꽉차 있는 상태이다. 물질이 없는 빈상자를 생각하면 좋다. 아무 것도 없이 텅텅비어있는 그 상자는 사실 입자와 반입자가 서로 결합하여 빈틈없이 차있는 상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빈틈이 없기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물론 입자와 반입자가 결합한다고 해서 모두 진공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결합한 상태의 에너지가 영(零)보다 크면 관측이 되고 영보다 작으면 즉 에너지의 부호가 음(陰)인 ‘-’이면 관측되지 않고 진공상태로 보이게 된다. 왜 그렇게 되는가를 물리학이 설명할 수는 없다. 관측사실이 그럴 뿐이다. 입자와 반입자가 결합하여 음의 에너지를 갖고 빈틈없이 채워진 상자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 강한 양(陽)의 에너지를 진공에 가하면 진공에서 입자가 나오고 구멍이 뚫리는데 이 구멍이 바로 반입자다. 사실 구멍을 반입자라고 부른 것은 진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의 얘기고 지금은 뚫어진 구멍을 그대로 반입자라고 부른다. 이렇게 쌍으로 나온 입자와 반입자가 서로 만나면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방출하고 소멸하여 없어진다. 즉 다시 진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입자-반입자의 생성과 소멸을 쌍생성, 쌍소멸이라고 부른다.

쌍생성과 쌍소멸을 표현하기에 공불이색 색불이공이라는 말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199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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