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색즉시공 공즉시색

- 물리적 진공, 복잡한 그물망으로 연결-
- 색계도 단면일뿐 …모든것 서로 이어져 -

물리적 진공에 에너지를 주었을 때 입자-반입자의 쌍이 생성되는 쌍생성,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 에너지를 방출하고 자신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소멸되는 쌍소멸의 현상만으로도 반야심경이 표현한 공불이색 색불이공은 더 적절한 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잘된 표현이지만 쌍생성과 쌍소멸은 물리적 진공의 성질을 나타내는 현상중 지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다. 진공은 기술(記述)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상태에 있다.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은 몇가지 종류의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소립자마다 짝이 되는 반입자가 있는데 입자-반입자가 결합하여 서로서로 끊임없는 상속작용을 하면서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이 물리적 진공이다. 이 그물망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창조와 소멸을 되풀이 하고있다. 끝없이 쌍생성과 쌍소멸도 일어난다. 그뿐 아니라 갖가지 종류의 입자와 반입자가 제멋대로 생겨났다가 제멋대로 사라지는데 단지 인간에게 관측되지 않고 그물망 속에서 일어났다 없어지는 것이다. 이 그물망은 모양도 없고 크기도 없고 끊어진데도 없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물망으로 서로 연결된 것은 인간이 볼 수 없다. 강한 에너지를 주면 이 그물망의 한 곳을 절단할 수 있는데 절단면이 바로 우리가 보는 물질계를 이루는 입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철사줄로 된 그물망을 예로 들겠다. 철사망의 한곳을 잘라 철사를 구부리면 두개의 면이 나타난다. 한쪽면이 입자이고 다른 면이 반입자다. 실제의 그물망은 두곳을 잘라 철사조각 하나를 완전히 그물망에서 들어낼 수 있지만 진공의 그물망에서는 철사조각 하나를 완전히 들어낼 수가 없다. 철사조각 하나를 들어냈다고 가정하더라도 철사조각 중간부분이 다시 다른 철사줄로 망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그물망을 이루고 있는 입자를 가상입자(假想粒子, Virtual Particl)라 부르고 우리가 보는 물질계 즉 색계(色界)를 이루는 입자를 그냥 입자라 부를뿐 가상입자나 실제입자나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색계를 이루는 입자도 다른 입자와의 관계를 벗어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입자를 주고 받음으로써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색계의 입자 모두는 다시 철사줄에 비유한 가상입자를 통해 진공의 그물망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실제의 입자는 단지 잘라진 철사줄의 절단면에 불과하다. 그리고 서로의 관계를 나타내는 가상입자는 철사줄이다. 실제로 물리학자들은 이와같은 그물망으로 물리현상을 다루며 계산하고 있다. 그러니 색계라고 해서 진공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그 무엇이 아니라 단지 그물망의 여러곳을 절단하여 철사를 구부려 그면이 보이게 했을 때 보이는 절단면에 불과하다. 중요하기에 한번 더 강조하지만 색계를 절단면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물리학자들이 실제 문제를 풀고 계산하는 방법이요 모델이다.

그물망과 절단면은 자연에 대한 실제모델이니 즉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의 입자가 절단면에 불과하다면 연결되지 않고 존재하는 절단면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그물망의 모델대로 입자는 가상입자를 주고받으면서 다른 입자와 연결되어 있고 이것들 즉 색계는 다시 진공과 가상입자를 주고받으면서 연결되어 있다고 했는데 이 상호작용의 효과를 실제로 이론적으로 계산하고 실험적으로 측정한 것은 대략 50년전 쯤의 일이다. 이것을 최초로 계산한 사람은 램(Lamb)인데 색계와 진공과의 상호작용에 관해 램이 발견한 효과를 램-이동(Lamb Shift)이라 부른다.

색계가 단순히 그물망의 절단면에 불과하고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이것을 색불이공이라 불러야 할까? 공불이색이라 불러야 할까? 이 두마디의 말은 어딘가 부족한데가 있다. 그대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아닌가!
그렇다! 우리가 보는 세계는 그냥 진공에나 있는 하나의 절단된 자극에 불과하다. 그러니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일 수 밖에…. 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그물망의 모델을 표현할 말을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떠나 달리 찾을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을 한눈에 꿰뚫어보는 반야지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9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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