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EPR 패러독스

- 보어의 상보성원리 반야심경 입증-
- 전체는 하나이나 관측이 분리창조-

색(色) 즉 물질계 전체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며 이 물질계를 관찰하는 관찰자마저 관찰대상과 분리될 수 없는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에서 나를 분리시켜 자연을 대상으로 놓고 관찰하게 됨으로써 관찰하는 행위가 바로 우리가 보는 것을 창조한다는 보어의 관점은 아인슈타인(Einstein)으로부터 반박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보어는 <반야심경>을 지지하는 입장에 있었고 아인슈타인은 심경을 부정하는 입장에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도 ‘불생불멸’과 ‘부증불감’이라는 말에는 동의 했겠지만 ‘불구부정’은 거부했을 것이다. 여러번에 걸친 논쟁에서 보어가 이겼지만 1935년 아인슈타인, 부돌스키, 로젠 세사람은 보어의 상보성원리에 입각한 자연관을 반박하는 사고실험(思考實驗)을 제안하였다. 이것은 EPR 패러독스라고 부르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모든 물리량을 측정하여 그 상태를 완전히 알고 있는 입자가 붕괴하여 A와 B라는 입자 둘로 되었다고 하자. 기본적인 물리량은 보존되므로 즉 불생불멸이므로 A를 측정하면 B에 관한 물리량은 측정하지 않고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핀(Spin)이라는 물리량이 있는데 이것을 어떤 특정한 방향이 따라 측정하면 +1 또는 -1이라는 두개의 값중 하나만을 갖는다. 따라서 처음에 스핀이 0인 입자가 붕괴하여 A와 B로 나뉘어졌다면 A의 스핀을 측정하면 B의 스핀값은 B를 직접 측정하지 않고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A가 +1이면 B는 -1 이런 식으로 B를 관측하지 않더라도 B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으므로 관측행위가 관찰하는 것을 창조한다는 보어의 관점은 틀렸다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A와 B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즉 몇 광년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A가 +1을 나타내면 B는 -1이어야 한다. 보어의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A를 측정하기 이전에는 A가 +1인지 -1인지 알 수 없고 A를 측정하여 +1을 얻으면 그때 비로서 B가 -1임을 알 수 있어야 되는데 어떻게 몇광년이나 떨어진 B가 A의 값이 +1로 관찰되었는지 알 수 있겠느냐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지적이었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모든 정보는 빛보다 더 빨리 전달될 수 없기때문에 몇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B에서 A로부터 관측자가 +1이라는 값을 관측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물음에 대한 보어의 답은 아주 간단하다.

A와 B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관측되기 전까지는 하나의 물리계라는 것이 보어의 답이다. A를 관측함으로써 A와 B는 서로 분리된 것이라는 것이 보어의 관점이다. 즉 관측행위가 분리를 창조해낸 것이다. 관측하기 전까지 A와 B는 하나로써 전체의 스핀값이 0이었을 뿐 A가 +1인지 -1인지 알 수 없었으나 관측하는 행위 A는 +1 B는 -1 또는 A는 -1 B는 +1의 스핀값을 갖도록 창조해낸 것이다. 떨어져 있더라도 하나이기에 서로 정보를 주고 받을 필요가 없이 관측을 하자마자 모든 것이 즉각 결정되고 창조되는 것이다. 마치 이심전심으로 B가 A에서 일어난 일을 즉각 알아챈 것과 같다.

아인슈타인과 보어중에 누가 옳은가 하는 실험은 1982년에야 이루어졌는데 보어가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전체가 하나이고 관측행위가 창조한 것을 관찰자가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측자와 관측대상도 분리될 수 없는 것인데 분리되기 전에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물음이 남게 된다. 무엇인지 분석한다면 벌써 하나를 둘로 나눈 것이므로 올바른 답을 알아낼 수 없다. 무슨 답을 얻더라도 그것은 창조해낸 것일 뿐이다. 분리되기 이전의 것은 여러가지 가능성이 중첩되어 있는 허상일 뿐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그 무엇이라고도 할수 있는 것으로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굳이 표현하자면 공(空)이라고까지는 하겠는데 더 이상 나아갈 수는 없다. 관자재보살만이 불구부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199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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