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공간의 상대성

- 시공간도 시작과 끝 있는 물리적 실체 -
- 색·무색 사람이 지어낸 분별지에 불과 -

상대성이론이 나온 후 물리학자들은 시공간(時空間)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시간과 공간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이기에 시간과 공간을 합하여 시공간이라고 하는데 이 시공간은 사람의 오관으로 보고 듣거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실체(實體)라고는 할 수 없으나 시공간의 존재를 전제하여야 물리현상을 논할 수 있다. 물리현상 뿐만 아니라 죽고 사는 것을 포함하여 우주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시공간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생각하고 느끼며 싫어하고 좋아하는 정신작용도 다 두뇌라는 공간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적어도 오관으로 보고 느끼는 모든 현상은 다 시공간내에서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시공간은 시공간내에서 존재하는 여러가지 현상과 관계없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므로 뉴턴의 고전역학에서는 절대시공간을 가정하였는데 이 절대시공간이 잘못된 개념이라는 것을 보인 것이 상대성이론이다.

물질은 우리가 직접 오관으로 보고 느낄 수 있으나 시공간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없으므로 물질은 실체라 부르고 시공간은 실체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시공간에도 모양이 있고 시작과 끝이 있으며 물질에 여러가지 물리적인 특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공간에도 여러가지 물리적인 성질이 있다.

경에 이르기를 ‘…시고공중 무색…’이라고 하였는데 색(色)이라고 느끼기에는 너무나 추상적으로 보이는 시공간의 성질을 살펴보면 우리가 색이라 부르고 무색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은 우리가 편의상 그렇게 나누어 생각할 뿐 색이 따로 있고 무색이 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정도 짐작해낼 수 있다. 무색과 관련지어 당분간 이 시공간의 성질에 대해 살펴보겠다. 동시성(同時性)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다 자기의 기준계(基準係)가 있어 기준계마다 다 시간의 기준이 달라 내가 보기엔 동시에 일어난 두 사건도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시간에 일어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은 이미 설명한 바이지만 동시성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길이 공간의 길이도 사람의 운동상태, 물체의 운동상태에 따라 다 달라진다.

지상에 있는 사람과 빠르게 달리는 로케트에 있는 사람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로케트에 있는 사람과 지상에 있는 사람은 서로 상대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시공간에 대한 기준계가 다르다. 로케트에 있는 사람에게 흘러간 시간과 지상에 있는 사람에게 흘러간 시간의 길이가 우선 다르게 나타난다. 로케트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이 시간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로케트의 속력이 충분히 빠르면, 로케트에 탄 사람이 일주일간 여행하고 지구에 돌아와 보니 지구에는 백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는 일도 가능하다. 이것은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 가끔 나오는 얘기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수명이 백만분의 일초 밖에 안되는 입자가 빠르게 움직이면 2~3초동안 붕괴되지 않고 살아있는 일은 실험실안에서나 우주공간내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다.

시간의 길이 뿐만 아니라 공간적인 길이도 달라진다. 로케트에 있는 사람이 로케트의 길이를 30m라고 측정하였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지구상에 있는 사람이 빨리 날아가는 로케트의 길이를 측정한다면 30m가되지 않는다. 로케트의 속력에 따라 20m도 될 수 있고 더 짧아질 수도 있다.

“…시고공중 무색…”이라는 말에서 색(色)은 물질계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 물질계라는 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는 일상적 경험에서 보고 판단하는 물질계와는 크게 다르다. 위에서 잠깐 설명한 바와같이 시간이나 공간의 길이도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차츰 설명해나가겠지만 물질이 실체라면 시공간도 실체일 수 밖에 없다. 역으로 물체라는 것도 실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색·무색이라는 것은 분별지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지어낸 것에 불과하다.

199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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